yuna's travelog


Museums & Galleries of Wien : Museums Quartier




MQ의 가이드북

비엔나에 도착하자마자 역에서 나를 반겼던 에공쉴레와 얀센의 'Eros Und Tod(사랑과 죽음)' 전시 포스터를 기억하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토요일 아침 일찍 이 전시회를 보러 MuseumsQuartier로 향한다.

MuseumsQuartier(MQ)는 여러개의 전시장과 공연장, 카페와 서점, 바 등이 모여있는 거대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2001년 개관했다. 레오폴트 박물관(Leopold Museum), 비엔나 공예박물관(Kunsthalle Wien), 현대미술관(MUMOK), 건축박물관(Architekturzentrum), 어린이 박물관(ZOOM Kindermuseum), 그리고 세계 최초의 로모 판매장까지... 다 둘러보고 놀다보면 하루가 넘게 걸릴 듯한 곳.이지만 레오폴트 박물관의 전시회만 보고 발길을 돌렸다.

* 왼쪽 오른쪽 화살표를 누르면 다른 사진도 볼 수 있음.


호르스트 얀센, 소심한 자의 에로스와 분노, 유머



에공 쉴레의 <Standing Girl Nude with Orange Stockings>(1941), 그리고
호르스트 얀센의 <The Great Dance of Death>(1974)
"The image must emit light, bodies have their own light, which they use up living.
They burn, they are not illuminated."
- Arthur Roessler "Brief und Prosa von Egon Shiele" (1921) 중에서

우리에게도 이제는 낯익은 이름인 에공 쉴레(Egon Schiele). 오래 전 그의 작품을 처음 보았을때의 나의 열광은 이제는 많이 사그라들어서, 오늘 전시회에서는 쉴레보다는 얀센의 작품이 더 눈에 들어왔다.

호르스트 얀센(Horst Janssen) 은 북독일 함부르크의 화가로, 쉴레가 죽은 후 태어났다. 다르면서도 닮아있는 두 화가. 그 닮음을 Eros und Tod(에로스와 죽음)이라는 주제로 묶어낸 전시회로, 그들의 작품이 같이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얀센의 일생에는 여러번의 결혼과 이혼이 있었고, 그의 나이 40대, 베티나라는 여인과의 몇달간의 연애(love affair) 끝에 그는 자살을 기도했다. 죽지 않은 그는 베티나에 대한 farewell work로서 <DANCE of Death>라는 연작을 제작했다 (전시회장 벽에 대충 이렇게 써있다 -_-).

우울하게 일그러진 두상, 젊고 아름다운 여인의 나체, 그리고 검고 음습한 모습으로 그것을 매만지거나 포옹하고 있는 그로테스크한 형체.
얀센의 작품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예술가로서의 천착, 자기혐오, 절망 등이,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을 정도로 뚜렷이 드러나 있다. 하지만, 절대 고개를 돌릴 수 없도록 만드는 처절하게 우울한 힘 또한, 그 안에 있었다.

Adolf Loos <Hocker>

이 아저씨, 이런 말을 했다.
"장식은 죄악이다!"
너무 맘에 들어서 훔쳐오고 싶었던 의자
Leopold Museum은 그 자체가 갤러리로써 매우 기능적이면서도 멋진 건물이다. 카메라를 아예 못 갖고 들어가게 해서 내부의 사진은 찍을 수 없었지만,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발치부터 천정까지 탁 트인 커다란 창이 나타나 시야를 터준다. 대학로 정미소 갤러리와 같이 바닥이 투명해 아래층이 보이는 그런 바닥도 있다.

20대에 색채에 끌렸던 데 반해, 지금의 나는 형태에 끌린다. 아직은 덜 장식적인 Klimt의 매혹적인 초기 풍경화들, Adolf Loos와 Koloman Moser, Josef Hofmann의 미니멀한 찬장과 의자들, 그리고 잘 모르는 19세기의 비엔나화가들의 수채화, 무명 공예인들의 18~19세기 가구 디자인의 방,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이 쓰던 창과 가면 등의 토속품들을 모아놓은 방...
풍경화 안에서 빛을 발하는 꽃들과 골목길의 어둠,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벽과 창틀, 길고 촘촘하게 늘어선 나무줄기들.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가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단순하고 원초적인 힘...
지쳤던 눈과 가슴이 활짝 열리고, 감탄하고, 공감하고, 스케치한다.

이 방에서 저 방으로 돌아 들어설 때 풍기는 오래된 나무의 냄새, 오래된 유화에서 나는 묵은 송진 냄새, 그리고 인기 많은 그림들 앞에 모인 관광객들에게서 풍겨나오는 향수 냄새, 가끔씩 어디선가 풍기는 박제된 동물들에서 나는 것 같은 묘한 냄새...
온갖 종류의 과일주를 쌓아놓고 맛보는 기분 쯤으로 이 갖가지 냄새들을 조심조심 들이마시며, 눈물나게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Secession과 조형미술 아카데미

Adolf Loos처럼 나 역시 장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옷도, 집도, 식기도, 머리도, 음식도, 쓸데없는 장식은 시간과 자원 낭비일 뿐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지난번 부다페스트의 공예박물관에서도 보았듯이, 장식의 극치, 아르누보의 물결이 휩쓸고 간 유럽 곳곳의 건물들은 아름다웠다. 비엔나에서는 그 장식의 물결을 제체시온이라 일컬었다. 이제 한 세기도 더 지난 오늘 이곳에 찾아온 나는, 절제와 장식에 대한 그 모든 예술가들의 고뇌와 논쟁 따위를 훌쩍 뛰어넘고 서서 그저, 아름답다, 아름답다, 하고 되뇌인다.

천천히 아침을 먹고, 제체시온의 발자취를 찾아간다.


평화로운 프라터 유원지와 이상한 나라 쿤스트하우스 빈

Hundert Wasser

쿤스트하우스 빈의 입장권
여자용과 남자용이 다르게 생겼다.
쿤스트하우스 빈(Kunsthaus Wien)을 가려고 1번 트램을 탔다. 길쭉하고 중간이 접히는 트램은 국회의사당과 시청사, 보티프 교회, 도나우 운하 옆을 설렁설렁 지나간다.
아차! 수다를 떨다가 그만 지나쳐서 프라터 유원지까지 가버렸다 ㅠ.ㅠ;
프라터 유원지. 비엔나의 인상파 화가들이 종종 화폭에 담았던 그곳.
토요일 오후, 젊은 엄마와 아빠들, 그들의 아기들, 축구를 하는 이슬람 사람들, 자전거 동호회로 보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

쿤스트하우스 빈은 훈데르트 바써(Hundert Wasser)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으로 2층은 드로잉과 회화, 3층은 그래픽 아트들이 전시되어 있다(여담이지만 여기서 훈데르트 바써의 사진을 봤는데... @.@ 영화배우다).





W3 : VILLAGE CINEMAS와 서점 AMADEUS

한국에서 산 여행 안내 책자에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경복궁, 아리랑 회관, 이런 것들만 나와있고 영화관이나 최근에 생긴 쇼핑몰들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다. 그래서 부다페스트나 비엔나에는 극장이 없는 줄 알았다.
그러나 어찌 사람 사는 곳이 그럴 소냐?
쿤스트하우스 빈을 나와 비인 미테(Wien Mitte)역으로 가다가 W3라는 곳을 발견했다.이곳은 빌리지 시네마즈(Village Cinemas)라는 시네플렉스와 서점 아마데우스, 그리고 여행사와 까페 등이 있어서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드는, 마치 삼성동의 코엑스몰같은 그런 곳이다.

킬빌 2가 개봉했길래 보려고 했는데(요금은 8유로쯤?)...
독일어 더빙 버전이라길래 포기 -_-;;
사실 이곳 말고 미술사 박물관 가는 쪽의 오페른 링에서도 극장을 발견했는데, 우리나라로 치자면 스카라 극장 쯤 될듯. 여기선 킬빌 2의 영어 오리지날 버전을 상영하고 있긴 한데 시간도 안맞고 극장도 너무 후지고 담배냄새도 독하고 해서 또 포기했다.
* 결국 며칠 후 프라하에서 봤다 -_-v

서점 아마데우스는 코엑스몰의 반디앤루니스의 절반 쯤의 규모였다. 재미있는 것은 망가(Manga) 코너가 따로 있어서 '카우보이 비밥' 등 웬만한 일본 만화들이 주욱 전시되어 있다는 것. 슬픈 것은 여행 코너에 웬만한 아시아의 나라들에 관한 책이 다 있었는데 한국에 관한 책은 단 한권도 없었다는 것(일본에 관한 책만도 열권이 넘었는데).

Wien Mitte 역에 있는 Village Cinemas와 서점 Amadeus
비인 미테 역의 W3에 있는 빌리지 시네마즈 영화관과 그 옆 서점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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