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travelog




이 열차에는 전기 콘센트가 있어서 배터리 걱정 없이 노트북을 쓸 수 있었지만, 중간에 2등석으로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지금은 없어진 나의 노트북. 흑흑)

월요일, 프라하로


아침 일찍비엔나 남역(Sudbahnhof)에서 10시 34분 프라하행 EC를 탔다.
세번째 도시, 프라하다. 여기선 어떤 하늘, 어떤 말, 표정, 색깔, 냄새들을 만나게 될까.
기차 안에서체코의 역사를 읽는다.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공산주의 연방 국가였던 체코는 1989년 시민혁명으로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고 6년 뒤엔 슬로바키아와 분리되었고 블라블라블라...
여기도 슬라브족이고(헝가리에서 본 바와 같이 슬라브족은 정말 예쁘다), 대부분 카톨릭이며,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나라고블라블라블라...


유럽이 유로화로 통합되었다고 하지만 이번에 가는 나라들 중 유로를 쓰는 나라는 오스트리아와 독일밖에 없다. 국경을 넘을 때마다 환전과 환율 계산에 진이 다 빠진다. 한달에 다섯 나라, 한 도시에 5~6일씩 머물러도 이렇게 제각각인 통화와 교통 시스템, 문화 때문에 힘든데, 10일에 전유럽 12개국을 돌거나 하는 패키지 여행이란! 정말 대단하지 않나 @.@

"헉. 체코에선 유레일패스 안되는데! 아까 남역에서 기차표 안끊었다!"
"무슨 기차표?"
"국경에서 프라하까지 가야하쟎아"
"돈 내면 되지..."
"체코는 유로 안돼. 우리 환전도 안했쟎아! 여기 책 보니까 체코 승무원들 유로화 안받구, 바가지도 씌운대!"

덜덜덜... 말도안통할텐데 어쩌나... 안절부절...
국경을 지나자, 드디어 승무원이 등장하셨다. 뭐 그닥 불친절하거나 바가지를 씌우지 않았고, 유로화로 국경부터 프라하까지의 표를 살 수 있었다(하지만 유로와 코루나의 보통 환율보다 훨씬 낮은 환율을 적용한다). 게다가 우리가 앉아있던 안락한 1등석 컴파트먼트는 프라하까지 1인당 38유로나 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중간에 사람 많고 싼 2등석(우리나라의 무궁화호 수준)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렇지만 2등석도 무궁화호보다 훨~~씬 비싸다.


Mr. Novak의 집


프라하 중앙역에 도착하니 여러명의 민박 호객꾼들이 모여들었는데, 그중 점잖은 꺽다리 게르만족 신사인 Mr. Novak을 따라갔다. 이 아저씨가 주는 전철표를 내고 중앙역에서 두정거장 떨어진 플로렌스(Florenc)역에서 내려 1~2분 정도 걸어 숙소에 도착했다(숙박비는 1인당 12유로(16800원)로 매우매우 싸다 ;-).


* 왼쪽 오른쪽 화살표를 누르면 다른 사진도 볼 수 있음.


노박 아저씨의 집은 프라하 관광(?)의 중심인 구시가 센트럼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다.
짐을 숙소에 두고 나와서 작은샌드위치 가게 'Sandwich King'에서 저녁을 때운 후 구시가를 산책한다. 로버트 카파의 The Historical Faces라는 사진전 포스터를 보고 Municipal House로 찾아갔다.
프라하 시와 매그넘에서 공동으로 주최하는 작은 전시회.
처음 카파의 이름을 알리게 된 스페인 내전 사진, 2차대전 사진, 그리고 그의 마지막이 된 베트남전 사진들과 함께 유태인인 그의 고향 이스라엘의 사람들, 앙드레 케르테즈, Gerda Taro, Picasso, Ingrid Bergman, Gary Cooper, 그가 사귀었던 여인들등, 그의 황금기였던 40년대 말에서 50년대 초까지의 인물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쟁 사진이 실린 당시의 LIFE지와 Picture Post지도 전시되어 있는데, 전쟁 사진 옆에 머릿기름 광고와 푸르덴셜 생명보험 광고가 있는 것이 인상깊다. 마지막엔 카파의 마지막 사진과 그의 죽음의 소식이 실린 54년 6월 7일자 LIFE지가전시되어 있다...



첼레트나 거리의 서점에 들렀다. 이곳엔 디자인, 순수미술, 여행, 사진에 관련된 탐나는 책들이 많고 여러나라 언어로 되어있다. 일러스트레이션이 환상적인 동화책 "Mr. Peabody's Apples"를 샀고(저자가 Madonna라고 써있길래 설마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진짜 가수 마돈나가 쓴 책. 나중에 마돈나가 썼느니 딴사람이 대필했느니 말도 많았더랬다), 프라하의 정경이 담긴 카드 두장을 샀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무 인형과 장난감 가게들! 프라하에는 어딜 가나 나무 제품들이 많다.싸고 심플하고 아기자기하다.


어린 시절꿈 중의 하나는 체코에 와서 인형극을 배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프라하는 평양 다음으로 와보고 싶었던 도시였고.
인형극과 정교한 나무 인형들, 그리고 2차대전의 파괴에서 비껴가중세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프라하는, 유럽 최고의 관광지로 꼽힌다. 나, 다른 도시들에서는 짠순이처럼 굴었지만 적어도 프라하에서는 그러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왔던 것이었다(그러나 카드전표에 싸인하면서 손이 덜덜덜 -_-;).



무뚝뚝한 오스트리아 사람들에 비해, 프라하 거리의 여인들은 너무도 아름답고 남정네들은멋지고 모두들 친절하고 입가에 여유있는 미소를 띠고 있다. 대부분 관광객이라 그렇긴 하지만, 장난감 샵이나 식당의 주인들과 종업원들도 마찬가지.
기분 좋은 저녁.


케케묵은 수법의 양아치들




어쨌든 프라하 KFC는 우리나라 치킨의 3분의 2 크기 밖에 안된다는 뼈아픈 사실
여긴 KFC가 패스트푸드점이라기 보다 무슨 바 같이 생긴 데다가 맥주도 같이 판다. 담배도 물론 피울 수 있고.^0^
아홉시쯤 되어 KFC에 들러 저녁을 사들고 들어오는 길,어둑어둑하고 인적이 드물어졌는데 아랍인같아 보이는 덩치 큰 남자 하나가 지도를 보고 우리에게 길을 물어본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우리는 첫눈에 봐도 이방인이고, 그남자는 아무리 봐도 현지인인데 왜 우리에게 길을 물을까?

"Sorry, we are strangers here."

그래도 잠깐만 봐달라고 지도를 들이댄다.
아니나 다를까, 저쪽에서 시커먼 두명의 남자가 나타나,

"We are police. Passport please!"(이렇게 말했는지는 잘 모른다. police와 passport만 들렸다 -_-)

그러면 그렇지. 케케묵은 소매치기 수법. 나는 눈에 쌍심지를 켠 표정을 짓고(이렇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제대로 되었는지...) "No!"라고 대답하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놈들은 멈칫거리더니 다른 사냥감을 찾아 길을 건너 가버렸다(갈때 보니까 덩치 큰세놈이 같이 가더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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