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travelog


프랑크푸르트 재래시장

좀 늦은 아침, S8을 타고 프랑크푸르트로 향했다. 번화가인 자일 거리(Zeil Str.)를 걸어 재래시장에 들렀다. 몇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이 재래시장은 부다페스트의 중앙시장과 비슷한 느낌이고, 여러가지를 팔고 있지만 특히 식료품과 정원용품, 화초 등이 다양하다(배가 고파서 먹는 것만 보였을 수도 있다). 점심에 먹을 오렌지와 견과류를 조금씩 샀고, 흙으로 빚은 예쁜 화분 하나를 1.2유로에 샀다. 한국까지 가져가려면 고생좀 하겠지만 한국에선 아무 장식이 없는 흙 화분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고, 여행 기념으로 이 화분에 꼬마 선인장을 옮겨심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줄 생각을 하면 하나도 고생스럽지 않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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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저 돔과 영화 박물관을 가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추운 거리를 걸어 대성당인 카이저돔(Kaiserdom)에 들렀다. 성당 외벽은 공사중이라 천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내부의 벽, 문, 그리고 스테인드글라스의 투박하고 따스한 질감과 세련된 배색은 전체적으로 딱 내 취향.
구석구석, 멋지지 않은 곳이 없다.



뢰머 광장을 지나고 다리를 건너 무제움주퍼(Museumsufer) 거리로. 이곳에는 다섯개의 박물관들이 모여있는데 그 중 독일 영화 박물관(Deutches Filmmuseum)으로 갔다. 주의할 것은 이곳이 하드웨어 위주의 박물관이라는 것. 영화의 기술적 발전사와 영상에 관련된 오래된 기계들을 볼 수 있지만, 기대했던 것처럼 영화의 '컨텐츠'에 관련된 자료는 별로 없다. 특히 현대의 영화 관련 자료들은 하나도 없었다. 차라리 수공예 박물관을 갈 걸 그랬나 생각했다.




작센하우젠을 지나 저녁을 먹으러 찾아간 슈바이처 역 부근의 쭘 게말텐하우스(Zum Gemaltenhaus). 일본 사람들이 돈을 많이 뿌리고 갔는지 가는 곳마다 '곰방와~' 등의 인사를 건네며 일본어 메뉴를 준다. 한국 사람이라고 했지만, 물론 한국어 메뉴 따윈 없다.

소시지와 삶은 돼지고기, 으깬 감자,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의 명물 아펠바인(Apfelwein. 사과로 만든 와인)의 2인분 저녁이 15유로 정도. 나이많은, 그러나 쾌활한 웨이터 아저씨는 접시를 깨끗이 비운 우리를 보고 '굿!' 이라며 좋아한다(우린 항상 이렇게 먹는걸). 독일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빵으로 접시까지 닦아 먹도록 교육을 받기 때문에 음식을 남기는 것을 싫어한다고(싫으면 또 어쩔 거냐). 어쨌든, 맛있었다.


여행하기 좋은 나라, 독일


독일은 어느 도시를 가나 대체로 부유하고, 깨끗하고, 안전하며, 영어가 잘 통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어떤 도시보다도 모든 것이 합리적이다. 음식은 장식이 별로 없고 검소하며 건물도, 숙소도, 성당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바우하우스나 미니멀리즘이 독일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와 보니 십분 이해가 간다.

독일이 여행하기 편한 또 하나의 이유는 사람들이다. K씨는 독일인들이 세계에서 여행을 가장 많이 한다고 했다. 독일 사람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여행자들이 길거리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을때 스스럼없이 다가와 도와준다. 부다페스트처럼 외국인 여행자들을 흘끔거리며 쳐다보는 일도 없고, 일본인처럼 겉으로만 친절한 것도 아니다.

체코인들이 매우 조용하고 내성적이며 혼자있는 것을 즐기는 데 비해 남부 독일 사람들은 볼드하고 쾌활하다. 그리고 (음식값이 비싸서 그런지는 몰라도) 길거리에서 뭔가 싸가지고 다니며 먹는 사람들이 많다. 말하자면 가식이나 군더더기가 별로 없달까, 그런 편한 느낌. 심하면 식당이나 열차에서 갑자기 큰소리로 웃거나 떠드는 사람들 때문에 깜짝 놀라는 일이 종종 있긴 하다.

어쨌거나 독일과 스위스는 여행자에게 가장 안전한 나라라는 얘기에 마음을 푸욱 놓고 독일 거리들을 즐기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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