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travelog


아침에 수영장을 가려고 마인츠 대학으로 향했다. 마인츠 대학은 유럽에서 세번째로 오래된 대학이며, 대개의 유럽 대학 캠퍼스가 시가지 여기저기의 건물에 흩어져 있는데 반해 정말로 커다란 캠퍼스를 가졌다. 학생들이나 교수나 모두들 친절하게 웃으면서 길을 가르쳐준다. 마인츠 대학의 구내 수영장을 찾아갔는데 일반인은 오후 4시부터만 입장할 수 있다고.


등교길의 마인츠 대학생들


마인츠 대학 식물원

오랫만에 혼자 마인츠 대학 식물원에서 조용한 시간을 가졌다. 우리나라처럼 어딜 가나 사람이 북적거리지 않아서 좋다.
목요일 정오가 넘은 시간, 넓고 조용한 식물원, 갖가지 암호와 같은 이름들이 씌어진 흰 팻말이 붙은 거대한 나무들, 통통하게 윤기가 흐르는 나뭇가지, 하늘거리는 풀과 꽃들, 그리고 그 사이로 이리저리 뻗은 오솔길, 흙에서 김이 나게 하는 따뜻한 햇살, 맨살을 스치는 싸하고 찬 미풍과,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팔짝거리며 뛰어다니는 다람쥐들.


점심. H씨가 준 맥도날드 할인 쿠폰으로 맥립을 먹었다. 원래는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날 맥립은 정말로 맛있었다.
커피를 마시러 중앙역의 노르트제(Nordsee)로. 노르트제는 해산물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파는 체인점으로, 바다가 별로 없는 독일에서는 인기가 아주 좋다고. 비싼 해산물 샌드위치를 보면서는 군침만 삼키고, 커피 한잔을 시켜 나눠 먹는다.
금방 갈아서 만들어주는 맛있는 커피가 0.5유로 :-D

카드와 송금 문제로 다시 H씨 댁에 가서 또 신세를 진다. 오늘은 H씨와 K씨가 장을 봐와서 제육볶음과 된장찌개를 해주었다. H씨, K씨, 친구, 나, 이렇게 넷이서 맛난 저녁과 맥주 한잔씩을 마시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누군가 라인강변 구경을 가자고 했고, 우리는 어두워지는 거리로 나섰다.


비가 내리는 라인강변

저녁 아홉시가 되어서야 어두워지는 마인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희푸른 라인강변을 걷다가 구시가까지 걸어가서 와인하우스 쭘 쉬피겔(Zum Spiegel)에서 와인을 한잔씩 마셨다. 마인츠는 와인 농장으로도 유명해서, 구시가에는 마인츠 지역의 와인을 파는 예쁘고 아담한 와인하우스가 몇 군데 있다. 작년 여름 독일은 40도를 웃도는 이상 기후가 왔다고. 여기 사는 사람들은 힘들었겠지만 덕분에 작년에 이곳에서 만들어진 와인은 달고 맛있다.
사람이 꽉 들어찬 와인하우스, 편안한 수다와 웃음, 친절한 주인아저씨 덕분에 눅눅하고 추웠던 몸과 마음이 훈훈해져서 나왔다.
좋은 저녁.


구시가 장난감 가게

왼쪽 건물이 와인하우스 Zum Spie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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