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travelog


아침 일찍 일어나 10시에 체크아웃했다. 바쁘신 Mr. Novak 아저씨는 아홉시 반쯤 와서는 "아무때나 나가도 되는데 열쇠는 테이블 위에 놓고 가세요"라고 한다. 아침을 먹으려고 Mr. Novak 아저씨가 추천해준 구시가 가는 길의 임페리얼 호텔 식당을 찾아가서 아침 메뉴를 시켰다. 음... 거기가 거기가 맞는지는 모르지만 -_-; 가격에 비해 정말 푸짐하게도 나왔다(두명이 카푸치노까지 해서 252 코루나, 11430원 정도).

프라하 구시가 센트럼 가는 길에 있는 Segafredo. Internet Cafe라고 써있어서 들어와보니 주인이 한국 사람. 역시 한국 사람이 하는데라 그런지 다른 피씨방과는 달리, 노트북을 쓸 거라고 했더니 랜선을 뽑아서 노트북에 연결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아이피 주소도 주었다. 값은 1분당 1코루나(한시간이면 2700원)로 매우 싸다. 아까운 낮시간이지만 오랫만에 인터넷을 쓰니 살 것만 같다 ;-)

메일 체크하고 엠에센에 들어갔다가 안좋은 소식을 들었다...
조금 우울해지긴 했지만, 일단은 잊어버리고 즐겁게 여행하려고 한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고. -_-;

여행 전 대강의 루트를 짤 때 여행사에 부탁해 대강 하루에 10만원 정도로 한 도시마다 하루씩 호텔을 예약했다(이유는 여기). 프라하에 예약된 Ibis Kaln 호텔을 찾아 짐을 풀고 인형극 '돈 지오바니'를 보러 국립 마리오네트 극장(National Marionette Theater)을 찾아가 저녁 표를 예약했다.


프라하 공예박물관

날씨가 화창한 날이다. 인형극 보기 전에 유태인 지구와 몰다우 강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우연히 발견한 Museum of Decorative Arts in Praha에서는, "Body Light Lines"라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여행 정보에 잘 안나오지만 이 박물관에는 인쇄, 공예, 직물, 가구, 사진, 유리공예와 보석 등 여러 분야의 흥미로운 소장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멋진 캐비닛과 책장, 유리 그릇들, 오래된 인쇄물과 책상들 등... 홈페이지(www.upm.cz)를 방문하면 찾아가는 방법과 주요 작품들을 볼 수 있다(홈페이지 역시 간결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져 있다).
* 홈페이지를 보니 화요일 오후 5~7시까지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는데, 그러고 보니 우리가 갔던 날이 바로 화요일 오후였네. 하지만 무료로 입장했는지 어쨌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_-;



박물관을 나와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 Radegast라는 작은 레스토랑.


프라하의 작은 레스토랑, Radegast


이곳은 지하층까지 현지인들로 가득하고 벽과 천정에는 유명한 듯한(?) 만화가가 직접 그린 재미있는 그림들이 있다.


Radegast의 벽화!


치킨과 비프굴라쉬, 맥주로 저녁을 먹었는데, 음식도 아주 싸고 맛있었다. 요즘은 체코 사람들이 열광하는 아이스하키 시즌의 마지막이라 어딜 가나 TV에서 아이스하키 경기를 틀어놓고, 거리에는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떼지어 소리를 지르며 다니곤 한다. 이날 이곳도 온통 아이스하키들을 보느라 야단이었다. 게다가 체코는 흡연자들의 천국! 어디서든 담배를 피울 수 있는데, 아이들을 데려와 같이 식사하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0

시간이 조금 남아 구시가 광장 이곳저곳을 산책하다가 들른 아주 작은 아트샵에서 산 줄인형. 590코루나로 써있었는데 한참 보고 있었더니 아저씨가 550(24750원 정도)으로 깎아주셨다. 나중에 첼레트나 거리의 인형가게에서 보니 890코루나 정도였다. 역시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비싸다.


구시가 광장 옆 골목의 아트샵에 걸려있던 스페이즐 인형


작은 가게의 벽면 가득 멋진 그림들을 정성스레 걸고 있던 아저씨. 인형 이름을 수첩에 써달라고 했더니 'SPAJBL'(스페이즐)이라고 써주셨다.
* 나중에 알았지만 이 인형이 바로 유명한 '스페이즐 부자 이야기'라는 인형극에 나오는 그 인형! 지금은 내 방 천장에 다른 예쁜 여자 줄인형과 사이좋게 걸려있다 :-)


아트샵 주인아저씨



인형극 '돈 지오바니(Don Giovanni)'

자. 이제 드디어 돈 지오바니를 보러 간다.
아까 낮에 표를 예매하면서 보니 컴컴하고 사람도 별로 없고 해서 혹시나 우리끼리만 공연을 보는건 아닌가 걱정할 정도였는데...

공연 시작 30분 전에 도착하니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극장의 반이 차있었고, 계속해서 꾸역꾸역 들어오는 사람들은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들! 젊은이들이라고는 우리와 한국 신혼부부로 보이는 두쌍의 남녀, 그리고 꼬마애들 몇명 뿐. 인형극이 끝나기까지 너무너무 좋아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물론 꿈에 그리던 인형극을 직접 보는 나도 너무너무 좋아했다.

섬세하고 유머러스한 손놀림, 가족적인 분위기... 정말 좋았다. 공연 내내 감탄하고, 웃고, 속닥거리고, 행복해했다.



* 프라하의 인형극과 짤츠부르크의 인형극은 정말 많이 달랐다. 짤츠부르크의 인형극이 완벽한 공연 예술을 지향하고 있다면, 프라하의 인형극은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놀이 마당 같았다. 프라하가 외세의 지배를 받았을 당시 유일하게 인형극 공연에서만 프라하 말을 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프라하 사람들에게 인형극 무대는 아마도 예술이라기 보다는 서로 모여 하나가 되고 자기들의 것을 지키는 놀이와 단결의 공간이었을 것이다.
내게는, 공연 자체의 질(인형의 움직임과 무대미술 등)은 떨어졌을지 몰라도 프라하의 인형극이 훨씬 재미있었다...

여행지에서는 신혼부부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들이 신혼부부인지 그냥 여행을 같이 온 것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한마디로 신랑은 건실해보이고 신부는 착실해보인다 :-0
시집 갈려면 착실해져야하는데... 최소한 그렇게라도 보이기라도 해야될텐데, 음...
그러면서 또다시 포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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