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travelog


뮌헨으로

원래는 일요일 아침에 프라하 성당에서 미사에 참여하고 밤기차로 뮌헨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소매치기 때문에 긴장하며 돌아다니는게 피곤했다. 예정보다 빨리 뮌헨으로 가기 위해 펜션에서 하루치 방값을 돌려받고 체크아웃했다. 아침에 급하게 나오느라 세수는 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하지만 지금 다시 돌아봐도, 들끓는 소매치기들에도 불구하고, 이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가장 아름다웠던 도시는 프라하였다. 그 전날 경찰서에서 통역관을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경찰관이 내게 물었다. 프라하는 어땠냐고. 나는 그 피곤하고 황당한 와중에도, 두번이나 소매치기를 당했지만, 프라하는 너무 독특하고 매력적인 도시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아침 일찍 여행객들을 물어다 놓고 우리가 머물던 방 정리를 하는 노박 아저씨. 부지런도 하셔(그러고 보니 머리맡의 그림은 알폰스 무하!).

구시가 가는 큰길에 면한 골목 안으로 인터넷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카드 해외 사용 한도도 걱정되고 해서 잃어버린 내 신용카드를 다시 만들려고 프라하에 있는 비자카드 위치를 찾으려고 했던 것. 내 노트북 배터리가 아주 조금밖에 남아있지 않았고, 비자카드 위치와 전화번호만 알아내려고 인터넷 사용료를 10분 단위로 계산하기로 하고 들어갔다.

그때까지 나는 검색할 때 엠파스나 야후를 쓰곤 했었다. 엠파스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비자카드, 프라하, visa 등등을 쳤는데 도대체 비자카드 사이트는 나오지 않고 이상한 스폰서 링크들과 은행 비자카드 소개 페이지, 뉴스 따위만 주욱 나왔다. 게다가 배터리 경고는 막 뜨고... 답답해서 야후코리아를 갔는데 마찬가지였다. 할 수 없이 그때까지 쓰지 않던 네이버로 가서 '비자카드'라고 쳤더니 맨 위에 비자카드 사이트가 떴다. 와! 반가운 마음에 링크를 누르려고 마우스를 움직이는데 이런 제길, 배터리가 나가네?


검색은 역시 네이버?

결국 프라하에서 신용카드 다시 만드는 것을 포기하고 독일로 넘어가게 되었고, 이후 여행은 많이 힘들어졌다. 검색에서 정보의 청결성이라는 것이 단순히 시간 절약이나 업무의 효율성 차원을 넘어서 너무도 절박한 조건으로 다가왔던 경험. 이날부터 나는 검색을 할 때 꼭 네이버를 썼다.

* 이게 2004년의 일인데, 얼마전 이 생각이 나서 다시 야후와 엠파스에 가서 똑같은 검색을 해봤다. 아직도 그렇더라. 지금 생각하면 그냥 visa.com을 쳐서 로컬 사이트를 찾아들어가거나, 구글로 갔으면 되었을 것을, 더 빨리 찾으려고 검색 엔진에서 프라하까지 넣어서 검색을 했던 것. 그리고 구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더 시간이 지나서였다.

체독(Cedoc)에서 국경까지의 표를 샀다. 이곳에서 사면 줄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수수료도 없고 영어도 잘 통한다고 해서(그러나 수수료 있다). 현금이 모자라고 카드는 없고 해서 쿠셋 예약은 중앙역에서 친구 카드로 하기로 했다. 두번 소매치기 당한 여파가 이렇게 밀려오기 시작한다. 게다가 친구는 소매치기 때문에 사진을 못찍게 되었고, 나도 이날 이후로 사진을 그다지 많이 찍지 못했다.


안델 역의 거지들

프라하 중앙역의 유인 수하물 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안델(Andel) 역 옆의 KFC에서 노닥거리며 점심을 먹었다.

알코홀릭의 천국 프라하. 심지어는 KFC에서도 맥주를 마실 수 있는데(!) 맥주 가격은 관광 중심지의 고급 까페나 레스토랑이 아니라면 우리나라보다도 훨씬 싸다.

이 흑인 거지는 마약에 쩔은 건지 배고파서 그런 건지 게슴츠레한 눈으로 좀비처럼 걸어다니다가 우리를 따라 KFC에 들어와서 앉았다. 사람들이 남긴 음식 쟁반을 모두 가져가서 앞에 쌓아놓더니 먹지는 않고 졸고 있다. 길거리에도 공원에도 이렇게 남은 음식을 먹거나 쓰레기통을 뒤지는 거지가 많다.


프라하의 인터넷 까페

중앙역 뒤 공원에 가려고 했는데 비가 온다. 'INTERNET'이라고 쓰여진 표시를 따라 가보니 짐 보관소 내려가는 길 옆에 지하로 내려가는 감옥같은 입구가 있고, 그곳에 이발소, 샤워시설, 세탁소 등이 있는데 이 세탁소에서 5~6인 정도 규모의 인터넷 까페를 운영하고 있다. 노트북을 쓸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데스크탑에 연결되어 있던 랜선을 빼서 쓰라고 한다.

프라하의 인터넷 까페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요금이 매우 싸다.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춰 영업하는 듯. 지난번 한국사람이 하던 Segafredo의 인터넷 까페는 그 다음날부터 지나가면서 봤는데 아무래도 망한 것 같다. 노트북이 있는 경우 대개 데스크탑의 랜선을 빼서 꽂을 수 있게 해주고 아예 노트북용 랜선을 제공하는 곳도 있어서 무척 편리하다. 대신 혼자서 다 알아서 해야한다. 까페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뭐가 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그냥 손님보고 할 줄 알면 알아서 하라고 한다(이런 무심함이 오히려 편하다). 게다가 맥주도 마실 수 있고. 으흐흐


프라하 중앙역 화장실에서 환장하다

프라하 중앙역은 어딜 가나 지린내가 진동한다. 부엑!
음... 중앙역 화장실 얘기를 해볼까. 할머니들이 지키고 있다가 5코루나를 받고 들여보내 주는데, 뭔가 튄 것 같은 자국이 잔뜩 말라붙어있는 더러운 변기에, 일반 화장실 시스템과는 많이 다르다. 물을 어떻게 내리는지, 휴지는 어디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줄을 당겨야 하는데 안보여서...) 게다가 손을 씻으려고 수도꼭지를 보니 도대체 어떻게 쓰는 것인지! 한참 난처해하고 있으니까 유모차를 끌던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누르면 된다고... 정말로 온 힘을 다해 누르니 3초쯤 물이 나온다. 3초 후 또 누르고 또 누르고... 손 한번 씻는데 수도꼭지를 10번은 누른 것 같다. 그나마도 어떤 수도 꼭지는 망가져서 눌러지지도 않았다.

* 얼마전에 한국에서 갔던 수영장의 샤워장에도 이런 수도 꼭지를 설치해놓았더군. 비누칠하고 좀 씻을까 하면 물이 안나오고 또 안나오고... 도대체 이따위 것들을 발명해내는 분들은 어떤 분들이세요 -_-; 모르긴 몰라도 샤워하다 환장해 죽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쨌든 중앙역에서 밤기차(쿠셋) 예약을 했다.
수첩에 기차 시간, 날짜, 티켓 수, 발차역과 도착역, 금연 혹은 흡연석, 침대의 상중하 등을 적어서 주고 예약을 했다(숙박비나 야간열차나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

드디어 밤기차를 탔다. 우리 칸에는 백인 청년 한명이 엄청난 짐을 가지고 탔다. 플랫폼에서 애인과 긴 작별 인사를 끝내고 들어와서는, 우리는 다 자려고 누웠는데 청년은 작은 라이트를 켜고 독서를 하고 있다...

요긴했던 현지 조달 슬리퍼

Vitezne nam 광장 옆의 중국인들 노점상이 모여있는 시장에서 4000원쯤 주고 산 슬리퍼. 공동 샤워장에서나 온천 갈 때 꼭 필요!(부다페스트 온천에선 슬리퍼가 없어서 옥외 온천의 돌바닥을 나혼자만 맨발로 다녔지 ㅠ.ㅠ)

편리한 CF 카드 리더

PCMCIA CF 메모리 리더. 이번 여행에는 디지털 카메라와 노트북, MP3 플레이어를 가져왔기 때문에 충전기 2개와 USB 줄 등 치렁치렁한 것들이 좀 되었는데, 이 메모리 리더 덕분에 USB 하나가 줄었다. 노트북 슬롯에 끼워가지고 다니면 되니 공간도 안잡아먹고, 속도도 USB보다 훨씬 빠르다. 가격은 이만원 정도?
* 지금 쓰는 노트북 P7010은 CF와 메모리스틱, SD 슬롯까지 있지만 이당시 쓰던 P1120은 카드 슬롯이 없었다.

쓸모 없었던 미니 삼각대

사진 촬영을 위한 여행이 아닌 이상, 커다랗고 무거운 삼각대를 가지고 다니는 자는 없을 것이다. 이번 여행에는 친구 때문에 만프로토(Manfrotto) 사의 미니 삼각대를 가져왔는데, 부피가 작고 무게도 가볍지만, 별로 필요는 없었다. 여행 중 산 물건이나 증명서 등을 찍을 때 많이 썼고 셀프 사진에는 의외로 쓰이지 않았다. 내 카메라는 렌즈 회전이 되는 거라서.... -_-V 야경을 찍을 때도 별로 안썼다. 야경 찍으려고 하루종일 이걸 들고 다니긴 힘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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