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travelog


최악의 호텔, Ibis Kaln

여행사에 부탁해 예약한 네 도시의 호텔. 그중 두번째 들르는 프라하의 Ibis Kaln은,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최악이었다. 프라하는 관광객들로 먹고 사는 도시이기 때문에 물가는 싸지만 숙박료는 다른 나라 도시들보다 비싸다. 게다가 숙박 시설은 오래되고 불편하다.

이미 서울에서 카드로 결제를 마쳤는데도 체크인할때 추가비용이 들지 모른다면서(웬 추가비용? 미니바는 커녕 방에 냉장고 조차 없는데) 크레딧카드를 달라고 하지 않나, 화장실과 욕실이 분리되어있고 화장실에서는 냄새가 나질 않나(내가 좀 후각이 민감하긴 하다 -_-), 아침은 유스호스텔에서 주는 것만도 못했고, 게다가 체크아웃은 아침 열시! 너무 짜증이 나서 책상 위에 놓여있던 설문지에 빽빽이 불평을 적어서 체크아웃할때 프런트에 던지고 나왔다.

다른 숙소를 알아볼까 하다가 돈도 없고 해서 프라하에 도착한 첫날 묵었던 Novak 아저씨네 집으로 다시 갔다. 우리가 묵었던 제일 싼 방엔 이미 스웨덴에서 온 젊은 남자애가 묵고 있다. 몸매와 얼굴이 환상! 우리쪽 방에 인사를 하러왔는데 문을 열어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


이번 방은 1유로 더 비싸서 1인당 13유로(18000원 정도).
조금 더 깨끗하고 책상도 두개나 있고 침대 옆에 테이블과 스탠드도 있다.


새로 온 방에서 내려다본 거리 풍경.
저 밑의 Gold Rice는 값싸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중국집이었던가 그렇다.


지갑을 도난당하다!

체코에서 유명하다는 근교 유리공방으로의 가이드 투어를 신청해볼까 하고 첼레트나 거리의 여행자 센터에 갔다가 지갑을 도둑맞았다. 눈깜짝할 사이에 없어져서 사실 언제 가져갔는지도 모르겠다. 급한 마음에 경찰서에 가면 신고도 하고 카드사에 전화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경찰서로 달려갔지만, 웬걸.

작은 로비에는 몇몇 관광객들이 기다리고 있고, 전화고 뭐고 아무것도 없었다. 문을 열고 나온 경찰관에게 전화를 쓸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알 수 없는 영어+체코어로 무슨 폼을 작성해야 한다면서 기다리라고만 한다 ㅠ.ㅠ. 나는 그눔의 폼을 작성해야만 했기 때문에, 수첩에 있던 동생 집 전화번호를 친구에게 주고 동생에게 콜렉트콜을 하게 했다.

당황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앞에서 나처럼 기다리고 있던 영국에서 온 세일즈 매니저라는 아저씨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시작했다.

나 : "여기서 얼마나 기다리셨어요?"
아저씨 : "난 어제 밤에 소매치기를 당해서 오늘 새벽같이 경찰서를 왔는데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몇시간 있다 다시 왔어요."
나 : "저는 여행자 센터에 갔다가 지갑을 잃어버렸어요... 어쩌고 저쩌고... 여기 오면 전화라도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엉엉엉..."
아저씨 : "경찰서에서는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아요. 프라하에는 소매치기가 너무도 많고, 경찰서에서는 그저 여행자보험사에 낼 도난신고 증명서를 써줄 뿐이예요."
나 : "그런데 정말 언제 소매치기를 당했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아저씨 : "나는 길을 가는데 어떤 여자가 치근덕거리면서 다가오길래 그런가보다 했더니 돌아서서 보니까 지갑이 없어졌더군요.
저, 스민트 먹을래요?(아침에 일찍 나오느라 이를 못 닦으신듯) 어쩌고 저쩌고..."
이 아저씨는 직업상 여행을 많이 다녀서 이런 일에 익숙한 듯 했다. 당황했던 마음이 이 아저씨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좀 나아졌다(사실 지갑엔 현금도 별로 없었다 흐흐).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이런 일로 와서 기다리는 중인듯.


귀걸이를 샀는데 환불을 안해준다고 경찰서로 찾아온 여자와,
트램에서 지갑을 소매치기 당해서 온 아주머니.
이 아주머니도 언제 소매치기를 당했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지갑을 도난당했거나 잃어버렸을 경우 경찰서에 가는 것보다 공중전화로 카드 도난 신고를 먼저 해야한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 지갑을 잃어버리면 돈이 없어서 카드사에도, 아무데도 전화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여행을 떠나기 전에 가족에게 카드사 전화번호와 신용카드 번호, 주민번호를 알려주고 가야한다. 수신자부담 전화를 걸어 신고를 부탁하면 되니까.
경찰서에서는 도난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하다못해 프라하의 지하철에는 경찰이 소매치기에게 뇌물을 받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문까지 붙어있다(지하철 소매치기에게 당한 관광객들이 붙여놓은 듯).

경찰서에서 도난증명서를 받고 나와서 바츨라프 광장에서 친구 카드로 돈을 뽑아서 핫도그를 먹었다. 잃어버린건 잃어버린 거고, 맛난 걸 먹으니 금방 다시 본연의 히히덕거리는 자세로 돌아간다 ^__^;


이 청년은 바츨라프 광장에서 풀무질을 하며
멋진 금속 소품들을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거리의 금속공예가'


보타니쿠스 샵

구시가 광장에서 Jakubska거리 쪽에 있는 보타니쿠스(Botanicus) 샵. 프라하 쇼핑 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으로, 어제부터 골목길을 헤매다 드디어 찾았다 @.@. 프라하 근교의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허브와 식물들로 만든 향초, 목욕 용품들로 가득한 곳. 나는 이런 종류의 쇼핑을 광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잃어버린 것이 어쩌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뭐 그래도 친구 카드를 빌려서 비누 여섯개, bath salt 하나, 그리고 bath용 허브 두개를 샀다 :-)

비누는 오늘 두개를 써봤는데 매우 마음에 든다. 하나는 세척력이 매우 좋아서 여행중의 빨래비누로 쓰고(그렇지 않아도 가져왔던 조그만 비누가 떨어졌다. 여행중엔 빨래도 해야하고 해서 비누, 생각 외로 많이 쓰게 된다), 또하나는 코코넛과 바나나로 만든 과일 비누인데 진짜 과일 조각들이 들어있다. 냄새도 좋고 거품도 잘나고 마일드해서 샤워용 비누로 쓰기로 했다. 이 코코넛+바나나 비누는 네개 더 사서 언니와 동생들에게 선물하기로.


배를 채우고 슬슬 유태인 거리를 구경하다.
이 동네는 지금은 2차대전 때의 유태인들의 핍박을 기억하기 위해
성당(sinagog)과 집회소 등이 박물관 형태로 보존되어 있다.


유태인 거리에서 파는 장난감들.
저기 똥색으로 희한하게 생긴 괴물은 프라하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
프라하 전설에 나오는 골렘(golem)이라는 거인 괴물이라고 한다.

아침부터 이러저러한 것에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그런지, 유태인 거리를 구경하다가 친구와 말다툼이 있었고, 조금 지쳐서 브레호바(Brehova) 거리 끝에 있는 브리태니아(Britannia)라는 바에 들어가서 맥주를 한잔 했다(이동네에 와선 낮에 목마르면 물보다 맥주를 마시게 되었다. 싸고 맛있는 맥주, 흡연자와 알코홀릭의 천국 ^0^).


Kill Bill 2를 보다

화해를 하고서 우린 여행 내내 오래된 것들만 보아온 눈과 머리를 식히기 위해 KILL BILL 2를 보러 가기로 했다. 씨네마가 어디냐고 웨이트리스에게 물었더니 두군데를 가르쳐준다. 다행히 여기는 더빙이 아니라 영어판이란다.


브리태니아 바의 귀엽고 예쁜 웨이트리스.
KILL BILL 2를 어디에서 볼 수 있는지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그녀가 가르쳐준 곳은 몰다우 강 건너 안델(Andel) 역 옆에 있는 빌리지 씨네마즈(Village Cinemas)라는 복합상영관. 상영관 수는 12개, 생긴지는 얼마 안된 듯한 곳으로 흠집 하나 없는 대형 화면, 음질과 화질 최고, 넓은 좌석... 게다가 초저녁이라 Kill Bill 2를 보러 온 사람은 우리까지 7명 밖에 없었다.


와우~ Uma Thurman은 정말 최고! 나도 무술을 배워볼까 @.@라고 생각했어...

중간에 사부 페이메이가 뭔가 멋진 말을 많이 했을텐데 중국어에 체코 자막이라서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징 -_-;


여기선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불을 켜지 않아서,
맨 마지막 짧은 NG 장면까지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음... 저 검푸른 색... 웬지 내 기억 속에는 프라하라는 도시가 이런 색으로 남아있다.

숙소를 옮기고 아침에 체크아웃하고 하느라 삼일 내내 아침부터 서두르고 돌아다녔다. 이제 3일간 묵을 곳을 잡았으니 내일 아침엔 조금 늦잠을 자도 될 것 같아. 벌써 두시가 넘었으니 이제 그만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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