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travelog


비엔나의 첫 아침


마음 같아선 비엔나에 있는 내내 호텔에 묵고 싶지만 오늘부턴 한국에서 미리 예약한 저렴한 콘도형 아파트에서 묵어야 한다.
아침을 먹고 서역에 들러 여행자수표를 바꾸는데 200유로에 수수료를 6유로나 뗐다. 자그마치 3프로.
오스트리아에서 여행자 수표를 쓴다는 건 정말 바보같은 짓! 차라리 신용카드로 돈 뽑는게 훨씬 싸다.
오늘 묵을 아파트는 비엔나 남부 10구역에 있다. 나일라이히 길(Neilreichgasse) 역에서 주인 아주머니를 만나 아파트로 향했다.


* 왼쪽 오른쪽 화살표를 누르면 다른 사진도 볼 수 있음.


여행와서 찝찔하고 싸한 탄산수에 질려버린 난, 이 아파트에서 알프스 산맥에서 내려온다는 오스트리아의 맛있는 수돗물을 마셔보고는 "우아~ 진짜 물이다 물~" 하고 감탄했다.
(내가 귀국할 때 쯤 비엔나로 출발하는 똥자누룽게이 부부도 이곳에 묵으라고 추천해줌)


그 유명한 칼스플라츠 역을 지나 오페라하우스를 보러 갔다가(오페라는 아니고 하우스만) 우스꽝스런 붉은 옷을 입은 삐끼 아저씨에게서 소규모 오케스트라 공연 티켓을 샀다. 비엔나에 오면 누구나 한번은 보는 그 왈츠 공연. 학생은 싸게 볼 수 있다고 일러주길래 학생이 아니라고 했더니 그래도 상관없다나.
친절하고 재미있는 삐끼 아저씨(사실 아저씨라곤 해도 나보다 어릴 테지 ^___^).


Hofburg 궁전 맞은편의 미술사 박물관


관광 안내 책자와 여행정보센터에서 주는 브로슈어 따위에는 몇페이지에 걸쳐 호프부르크 궁전의 유물과 공주 왕자들이 쓰던 무슨방 무슨방들이 나오지만, 모두 생략.
집을 치장하거나 옷을 호화롭게 입는 것 따위는 자원낭비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런 것들은 사실 사진으로도 별로 시간내서 보고싶지 않다.
게다가 그것이 힘없는 자들의 피땀을 긁어모아 누렸던 것들이라면 더더욱.
궁전 옆의 왕궁 정원 산책을 한 후 바로 옆 미술사 박물관으로 향했다.



렘브란트, 루벤스, 브뤼겔 등 중세 미술작품들이 전시된 미술사 박물관 역시 별 감흥이 없었다(아, 아는 만큼보인다느니 하지 마시라. 알만큼은 안다. 다만 흥미가 없을 뿐).
하나 흥미로운게 있었다면 Velazquez의 마리아 테레지아 연작 정도? 그것도 미술작품 자체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인물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지만.
차라리 건너편의 자연사 박물관을 갈 것을... 시간이 모자라 아트샵에서 엽서 몇 장과 <Conservation of Paintings>라는 소책자 하나를 사서 나왔다. 미술품의 보존과 복원에 관한 소책자인데, 매우 흥미롭다.
아마도 '냉정과 열정 사이' 덕분에 동양인들에게 더욱 잘 팔리고 있지 않을까.


서머타임으로 인해 밤 아홉시까지 훤한 비엔나.
아파트에 돌아와 밥과 김치, 아시아나 항공을 탈때 기내식으로 나왔던 작은 고추장(이런 것을 챙겼다... ㅠ.ㅠ), 그리고 근처 수퍼마켓에서 산 참치로 저녁을 먹었다.
조용한 거리. 안락한 소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하루의 기억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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