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travelog


오늘 여행기는 짧다.
아파서 한나절을 쉬었기 때문에.
여행오기 전 마음 졸이며 일을 마무리한 것, 감기가 다 낫지 않은 상태에서 떠나온 것, 아침으로 항상 녹즙과 생식을 먹던 내가 여행 동안 밥이나 햄버거 같은 음식을 먹은 것 등등.
그런 상태에서 낯선 강행군을 시작했으니 탈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쉰다. 아파서, 쉰다.
아프면 그냥 쉴 수 있다는 것, 어찌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속이 아파서 어제 남은 밥에 남은 참치, 그리고 헝가리에서 산 파프리카(단맛)를 조금 넣고 죽을 끓였다. 이곳 참치는 한국 것보다 약간 더 비린 냄새가 나지만, 그래도 먹을만 하다(친구는 이 죽을 한숟갈 먹고 토할 거 같다고 했다).
친구는 비엔나 거리 사진을 찍으러 나가고, 혼자서 빨래를 해서 널고 음악을 듣는다.


여행의 반은 기록


이번에 여행 경비를 줄이면서까지 노트북을 장만해서 들고왔다. 처음부터 이번 여행의 기록을 하나의 사이트나 섹션으로 만들 생각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여행에는 꼭 기록이 필요하다는 것, 기록하지 않는 여행은 한달쯤 지나면 반이, 일년쯤 지나면 90퍼센트가 날아가 버린다는 것을 지난번 여행에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기록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다른 많은 것들을 놓칠 수도 있다. 그래서 최대한 일정을 여유있게 짰고, 밤늦게까지 돌아다닌다거나 노는 것을 피하고 늦은 저녁에는 꼭 숙소에 돌아와서 그날 찍은 사진을 백업하고 그날그날의 여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꼭 노트북이 아니라 수첩이라도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나에겐 꼭 노트북이어야 한다 -_-; 너무 오랫동안 글씨를 안써버릇해서 낯설어졌는지, 종이에 글씨를 쓰다 보면 하던 생각을 자꾸만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 게다가 외국의 인터넷 까페에 갔을때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다면, 한글이 안되거나 데이터 업로드가 불가능하다거나 하는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매우 편하다. 하지만 큰 도시일 수록 노트북용 라인을 제공하지 않거나 라인을 뽑아서 쓰지도 못하게 하는 곳이 많으니, 들어가기 전에 물어보는 게 좋겠다.


요한스트라우스와 모짜르트의 밤


어제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예매한 Kursalon에서의 왈츠 콘서트에 가기 위해 저녁에 집을 나섰다.
Karlsplatz역에서 내려 오페라하우스 앞부터 케른트너 거리를 한가로이 구경하고, 거리 끝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와 카프레제, 맥주로 간단히 저녁을 먹은 후 다시 걸어서 시민공원에 있는 Kursalon으로 갔다.
부다페스트나 비인이나 모두 서울에 비해 매우 작은 도시이므로 중요한 곳들은 모두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지하철이나 트램, 버스비 등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1주일권을 끊었는데 거의 3만 5천원 정도).


* 왼쪽 오른쪽 화살표를 누르면 다른 사진도 볼 수 있음.


이런 왈츠 공연은 비인과 프라하 등의 관광지에서 흔하게 열리는 것으로, 거의 관광 코스화되다시피 해서, 관광 안내 책자에도 나온다. 그렇지만 한번쯤은 가볼 만 하다 ;-)


왈츠란 참으로 독특한 종류의 음악이다.
다른 음악과 달리 3박자인 왈츠는 기본적으로는 흥겨운 춤곡이다.
하지만 단조의 왈츠는 흥겨우면서 슬프고, 장조의 왈츠는 흥겨우면서 화려하다.
어쨌거나, 요한스트라우스도 그렇겠고, 그 옛날 모짜르트나 베토벤의 명작들을 이런 곳에서 처음 시연할때 그자리에서 그 음악을 들었던 귀족들은 얼마나 소름이 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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