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travelog


독일인 전용이라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의 뮌헤너호프 호텔. 아침을 먹고 기분좋게 숙소를 나서 함부르크로 가는 10시 58분 기차를 탔다. 유레일 패스는 1등석에 앉을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처럼 1등석 컴파트먼트에 앉았다. 그런데 기차 출발 후 나이어린 승무원놈이 오더니,

승무원 : 컴파트먼트는 독일인 전용입니다!
나 : 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이건 속으로만)
내가 유레일 패스를 살 때는 그런 말 못들었어. 그리고 난 지금까지 항상 1등석 컴파트먼트에 앉았는데 아무 문제 없었단 말이야!
승무원 : 유레일 패스 좀 보여주세요.
(한참 훑어보는 척)
It's OK. (도장 찍고 가버림)

독일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신나치주의와 다른 인종에 대한 편견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얘기를 여행오기 전에 들었다. 하지만 나이든 독일 사람들은 여행자들에게 하나같이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준다. 날 때부터 가지는 사람과 사람간의 차이가 한 인간의 삶을 결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 몸소 겪었기 때문이리라.
생각해보면 인간이란 얼마나 쪼잔해질 수 있는지. 인간이 쓰는 '우리'라는 말은 얼마나 얄팍하고 잽싸게 그 경계가 변하는지. 하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일단 손에 쥐고 나면 그것을 기준으로 '우리'와 '너희'를 구분한다.

* 왼쪽 오른쪽 화살표를 누르면 다른 사진도 볼 수 있습니다.


함부르크, 마틴 파(Martin Parr) 사진전


함부르크의 다이히토르할렌 사진 갤러리에서는 매그넘 회원인 마틴 파(Martin Parr)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고, 비가 부슬부슬 오다가 개이던 참이었다. 사진전에는 The Last ResortBad Weather, 그가 촬영하거나 편집한 짧은 동영상들, 그리고 "Home Sweet Home"이라는 제목의 설치물이 전시되고 있다.

매그넘 작가들이 그렇듯 마틴 파 역시 사람을 주로 찍지만, 그의 사진에서 매그넘 작가들의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사실에 대한 열정'이라든가 피사체(인간)에 대한 애정 같은 것을 찾기는 힘들다. 모든 사진들이 사람들 속 깊숙히 들어가 있지만, 사람들의 피부는 과장된 핑크에, 추레한 자세로 멈춰져 있고, 표정에는 순간의 욕망이 그대로 드러난다. 화려한 컬러, 번쩍거리고 휘황한 키치 취향(홈 스위트 홈), '다른 종류의 유머' 혹은 '새로운 휴머니티'라고 일컬어지는 냉소.

그런 것을 결코 좋아하진 않지만 그의 사진이 꽤 독특하고 멋지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어쩌면 그의 사진에서처럼, (나를 포함한) 인간이란 것이 원체 그다지 예쁘지도 쿨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든 건지도 모르겠다. 그의 말은 이렇다.

"햇빛 아래서 플래쉬를 같이 사용한 것은 아주 밝은 컬러들로 초현실적인 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내가 쓰는 것은 아마추어용 필름이어서 실제보다 채도가 더 높게 나옵니다. 게다가 카메라는 광각이라 아주 가까이 들어가야 하죠. 이런 모든 것들이 사진의 (독특한) 룩앤필을 만들어냅니다. 내게 플라우벨 6x7 카메라를 소개해준 사람이 누군지 기억은 안나지만 그 사진을 보고는 "와, 환상적인데다 화질도 뛰어난데!"라고 생각했어요...
... 내 전시와 책이 그렇게까지 논란을 일으켰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사실 나의 모든 전시들이 그랬습니다. 난 단지 뻔히 눈에 보이는 것들을 사진에 담고 있고, 내 작업 방식은 부분적으로는 사람들의 편견을 파고드는 것, 그리고 오늘날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양상을 그리는 것입니다"라고 파는 설명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가진 편견들을 늘어놓을 기회를 줍니다. 사람들이 노동 계급은 추레하고 더럽다고 말하고 싶다면, 그 명제를 설명하기 위해 그 사진들이 존재하는 거죠."
- 인터뷰. Martin Parr : Humanity Is Not Pretty


<The Last Resort>. 사진 출처

<Bad Weather>. 사진 출처

<Home Sweet Home>. 사진 출처
장미 향수 냄새, 사방에 걸린 사진들과 장미 덩쿨 무늬 벽지, 양탄자, 난로의, 완벽한 키치!


성당찾아 삼만리

마인츠에서 계속 내리던 비는 떠날 때가 되니 그쳤고, 해가 반짝 날 기미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일요일이라 저녁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성당을 찾아갔다. 지금까지의 다른 모든 도시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당연히 'Church'라고 쓰여진 거대한 교회는 카톨릭 성당이라고 생각하고는 페트리 교회에 가서 사람들 틈에 앉아 5시 미사를 기다렸다.

미사가 시작되고... 아무래도 뭔가가 이상하다.

알고 보니 여기는 복음 교회(evangelist라고 하던데 이게 복음교회 맞나?). 북부 독일은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가 많이 퍼져서 카톨릭과 개신교의 비율이 반반 정도 된다던 것을 떠올렸다. 미사 도중 교회를 나와 야곱 교회, 카타리넨 교회, 시청 쪽의 성 미카엘리스 교회까지 가보았지만 모두 카톨릭 성당은 아니었다. 여행자 센터에서 구한 지도를 뒤져 보니 카톨릭 성당은 딱 한 곳, 성 마리엔 성당(St. Marien Church) 뿐. 이미 저녁 미사 시간도 지난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찾아갔다. 하지만 문이 잠겨 있어서 들어갈 수 조차 없었다.


오늘의 숙소는 함부르크의 엘멘라이히(Ellmenreich) 거리에 있는 아델(Adel) 호텔로, 역시 H씨가 인터넷에서 검색해 예약해준 곳. 모든 숙소마다 냉장고는 없어도 TV는 있다. 먹고 사는 것보다 큰 TV의 위력!
집에는 TV가 없지만 여행 가서 다른 나라의 TV를 보는 것은 재미있다. 특히 광고들! 말은 못 알아 들어도 뜻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함부르크 역시 물가가 그리 싸진 않아서, 주변의 싼 식당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아시안 그릴(Asian Grill)'이라고 써있는 곳에 손님이 많길래 들어갔다. 중국 아저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종업원은 (잘생긴) 한국 옵빠.


미남 종업원 아저씨, 친절한 주인아저씨, 쾌활한 흑인 손님

싸고 맛있는 요리, 접시까지 싹싹 핥은 우리들,
배가 부르니 그저 모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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